프리츠 코허의 작문 (Fritz Kochers Aufsät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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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베르트 발저(Robert Walser, 1878-1956)의 소설


작품소개

1904년에 출간된 로베르트 발저의 첫 작품집으로 작가의 첫 단행본 저서이기도 하다. 발저가 스위스 베른의 일간지 <데어 분트>의 일요 특별호 문예란에 기고한 산문연작 네 편을 모은 작품집이다. 산문연작의 제목은 각각 <로베르트 발저가 소개하는 프리츠 코허의 작문>, <점원. 어떤 삽화>, <화가>, <숲>이다. 삽화가로 일하는 작가의 형 카를 발저가 11편의 삽화를 그려넣어 주었다. 표제작인 <프리츠 코허의 작문>은 학교를 자퇴하고 지금은 죽은 프리츠 코허라는 한 소년이 작문과제로 제출한 글들을 편집자가 모아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다. 전통적인 소설이나 산문 장르로 분류되기 어려운 픽션적인 산문의 영역을 개척했던 발저의 작품세계를 엿볼 수 있다. 국내에서는 2003년 박신자에 의해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되었다(이유).


초판 정보

Walser, Robert(1904): Fritz Kochers Aufsätze. Mitgeteilt von Robert Walser. Leipzig: Insel.


번역서지 목록

번호 개별작품제목 번역서명 총서명 원저자명 번역자명 발행연도 출판사 작품수록 페이지 저본 번역유형 작품 번역유형 비고
1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 로베르트 발저 박신자 2003 이유 8-181 완역 완역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2000년대 이전에도 몇 편의 산문이 간헐적으로 번역된 적이 있지만, 국내에서 로베르트 발저 번역의 본격적인 시작은 박신자에 의해 2003년에 번역 출판된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이유출판사)이란 제목으로 옮겨진 이 산문집이라 부를 수 있다. 로베르트 발저의 산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박신자는 국내의 많지 않은 발저 전공자 중 한 사람이다. 이 산문집에는 표제작인 <프리츠 코허의 작문> 이외에 <견습생>, <화가>, <숲>이 수록되어 있다.

박신자는 이 산문집을 작가에 의해 출판된 최초의 책이라고 소개한다. 이 책과 더불어 발저의 작가로서의 경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1904년 라이프치히에서 출판된 이 책은 학교를 졸업한 후 곧 세상을 떠난 한 고등학생에 의해 쓰였다며 저자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출판되었다. 많은 사람이 발저가 실제 저자일 것으로 추측했지만 발저가 실제 저자로 공개된 것은 훨씬 이후의 일이다.

이유출판사에서 나온 이 책은 한국에서는 청소년 문학으로 분류되었다. 중고등학생을 주된 독자층으로 설정하고, 작문과 논술이 장려되었던 당시의 우리나라 교육 풍토에 맞춰 학생들을 위한 필독서로 소개되었다. 역자는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이 청소년들의 심리적, 교육적 특징을 포함하고 있으며, 독일에서는 이 책의 세부 주제인 인간, 자연, 가난, 학교, 직업, 음악 등이 수업 시간에 토론 주제로 자주 제기된다는 점을 번역 의도로 밝힌다. 따라서 이 책은 자신의 견해를 표현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 추천하고 싶다는 바람을 덧붙인다.(박신자 2003, 208)


2. 개별 번역 비평

1) 박신자 역의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2003)

이 책은 국내에서는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이란 제목을 달고 있지만, ‘코허’라고 읽는 것이 타당하다. 첫눈에 그다지 어렵지 않아 보이는 발저 산문 번역이 주는 실제적인 어려움은 발저 시대에 우세했던 ‘유겐트슈틸’(Jugendstil)의 몽환적이고 비현실적인 예술적 취향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발저는 일반적으로 흔히 사용되는 은유나 비유와는 상당히 거리가 먼 비관습적인 단어나 문장의 연결 방식을 즐겨 사용하는데, 이것이 역자에게는 별도의 어려움을 낳는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그대로 쓰는 “연상적인 산문”(194), 비관습적인 발저의 문체적, 정서적 특징이 역자에게는 예상치 못한 어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또한 어휘적, 문장적 차원에서 논리적 비약이 많은 발저의 산문은 의미상으로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단어와 단어, 문장과 문장 사이의 내적인 연결 관계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해진다.

자신의 번역과 관련하여 역자는 가능하면 다른 어휘들을 추가적으로 삽입하지 않고 원문에 충실하게 머물려는 원칙을 고수한다고 밝힌다. 그러다 보니 우리말 표현법과는 거리가 있는, 모호하거나 이해하기 힘든 문장들이 곳곳에서 눈에 띈다. 이른바 ‘직역’이 낳는 문제들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다.

Was Fels ist, das möchte gern das fressen, was so beweglich und reizend Wald ist.(93) 
바위라 하는 것을, 그토록 생동적이자 매혹적인 숲이라는 그것을, 나는 즐겨 깨물어주고 싶다.(161)

‘fressen’을 바위와 숲을 ‘깨물어주고 싶다’로 옮긴 것이나 ‘gern’을 ‘즐겨’라고 옮긴 것은 오역이 아님에도 아무래도 어색하게 다가온다. 이 같은 어색함이나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낯선 정서는 애초에 원저자에 의해 야기되었다고 보아야 할 것이나 역자는 도착어의 차원에서 좀 더 가공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3. 평가와 전망

박신자가 옮긴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은 출판계에서나 일반 독자에게 그다지 주목을 받지 못한 채 잊혔다. 무엇보다 이 책을 중고생들을 위한 작문 교본으로 부각하려 한 출판기획은 표지나 삽화와 같은 번역 외적 요소에서도 성공하지 못한 듯이 보인다. 또한 극단적인 ‘직역’이 야기하는 많은 문제를 안고 있는 이 번역서가 우리 독자들의 정서에는 대단히 낯선 이 작가를 국내에 소개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국내 초역은 아무도 가지 않는 길을 가장 먼저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역자는 이로써 이후 국내에서 이루어진 발저 작품의 본격적인 수용을 위한 작은 길을 열었다. 다른 한편, 1,500편에 가까운 엄청난 분량을 생각하면 발저의 산문 번역은 여전히 초기 단계에 머물고 있다. 특히나 <마이크로그램>(Mikrogramme) 등 발저가 발다우 요양원에 들어간 후에 쓰여 미발표 원고 뭉치로 남아 있던 후기 작품들은 국내 연구나 번역에서는 여전히 미답(未踏)의 상태로 남아 있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박신자(2003): 프리츠 콕의 작문시간. 이유.

안미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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