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여, 소름이 끼치는 달팽이여! (Wie langsam kriechet sie da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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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1797-1856)의 시

시간이여, 소름이 끼치는 달팽이여! (Wie langsam kriechet sie dahin)
작가하인리히 하이네(Heinrich Heine)
초판 발행1854
장르

작품소개

“얼마나 천천히 기어가는가”라는 구절로 시작하는 이 시는 하인리히 하이네가 1853-54년 무렵에 창작한 작품으로 11편의 시로 구성된 연작시 <라자로에 부쳐>(Zum Lazarus)의 세 번째 시이다. 5개의 4행 연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병상에서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시인이 반송장이 된 자신의 상황(소위 ‘매트리스 무덤’)에 대해 아이러니한 거리를 취함으로써 죽음에 대해 우월한 지위를 확보하고 창작 행위에 죽음을 능가하는 지위를 부여한다. 1연은 더딘 시간의 진행을 달팽이에 비유하는 한편, 꼼짝도 못하고 병상에 누워있는 서정적 자아를 표현하고 있다. 2연에서는 햇살도 희망도 비쳐 들지 않는 방을 공동묘지에 비유한다. 3연과 4연에서 서정적 자아는 밤마다 머릿속에서 축제를 벌이는 유령들의 환영을 본다. 5연에서는 아침이 되면 산송장이나 다름없는 시인은 밤새 이교의 신들이 자신의 두개골을 놀이터 삼아 벌인 광란의 축제에 대한 기억을 글로 옮긴다. 죽어가는 시인의 손으로 기록된 시는 죽음을 너머 존재할 수 있다. 시의 전반부에서는 죽음을 앞둔 시인이 느린 역사 발전의 촉진에 더 이상 기여할 수 없는 자신의 처지를 한탄한다. 시의 후반부에서는 그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죽음을 넘어서는 시인의 창작 욕구와 노력을 그리고 있다. 따라서 이 시는 후기 작품 전체를 대변하는 시인으로서의 정체성과 시 창작 과정을 표현한 시로 읽을 수 있다. 1965년 이동일이 <때는 무서운 달팽이>로 옮긴 번역이 국내 초역이다(성문사).

초판 정보

Heine, Heinrich(1854): Wie langsam kriechet sie dahin. In: Vermischte Schriften. Vol. 1. Hamburg: Hoffmann und Campe, 150-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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