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는 말이 없다 (Die Toten schweigen)"의 두 판 사이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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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 '''번역 현황 및 개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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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이 작품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초기 단편소설로 1897년에 다국어 문화잡지인 <코스모폴리스> 지에 처음 실렸다. 한국에서는 김재민이 처음으로 1959년에 ‘아르투르 슈니쯜러’의 <死者는 沈默한다>라는 제명으로 번역하여 <현대독일명작단편선>에 수록해 수문사에서 출판하였다. 다음 해에 구기성은 ‘아르투어 슈니쓸러’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제명을 번역하여 <근대독일단편집>에 넣어 을유문화사에서 출판하였고, 이어 1966년에 손재준이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세계단편문학전집>(계몽사)에 수록하여 출판하였다. 1974년에는 정경석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표제작으로 하여 슈니츨러의 다른 단편 2편 <제로니이모>, <未練(미련)>을 추가하여 출판하였다. 1975년에는 천병희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번역하여 삼성출판사의 <세계단편문학선>에 수록·출판하였고, 1977년에는 박환덕이 같은 작품을 <Short Book> 시리즈로 범조사에서 출판했다. 1996년에는 백종유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문예출판사에서, 1998년에는 김희경이 <슈니츨러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문화사랑) 안에 삽화를 곁들어 내었다. 2000년대에도 이관우, 유영미 등에 의해 계속 번역이 나왔다. 2021년 이관우가 <어떤 이별 슈니츨러 명작 단편선>에 포함시켜 수정본을 출판할 때까지 모두 10명이 넘는 번역자가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이 작품은 여러 차례 번역되는 가운데에서 제목은 <死者는 沈默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에서 점차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고정되었다. 이 작품은 슈니츨러 문학의 대표적인 주제라 할 수 있는 삶과 죽음, 에로스와 타나토스,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등 세기전환기의 양가성을 다루면서도, 극적인 전환과 탄탄한 구성을 갖춘 작품으로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만큼 여러 차례 번역되었으나, 본격적인 연구논문은 아직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았다. 향후 다양한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보다 차별화된 개성과 해석이 살아 있는 번역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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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독특한 점은 이 단편이 중·고생 시험과 관련된 단편선집에 여러 차례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1993년 번양사에서 출간된 중고등학생 필독 세계명작선 시리즈의 <세계명작단편문학선>을 시작으로, 1996년 논술문학편집위원회의 <약혼·붉은 고양이·금수 외>, 그리고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구광본 외의 <세계 단편소설 걸작선>(2004), 김성진 외의 <(감동을 주는) 세계 단편소설>(2009) 등이 있다. 이들 번역본은 대체로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단편문학을 10여 편씩 선별해 묶은 형식이며, 원문에서 직접 번역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른 번역본을 참고한 중역(重譯) 가능성이 높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역자들은 대부분 독문학 전공자가 아니며, 전문 번역가로서의 명성을 인정받은 경우도 거의 없다. 심지어 작가 이름을 ‘아투르 슈니츨러’로 옮기거나 영어식 표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 번역본은 읽기 쉽도록 줄거리 위주로 매끄럽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인물 간 대화나 의식의 흐름 등 작가 특유의 문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번민을 드러내는 반복적 표현이나 의도적으로 미완으로 남긴 문장들이 자의적으로 축약·편집되었으며, 특히 당대 오스트리아 빈에 대한 문화적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번역이 빗나간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신뢰하기 어려운 번역본들로 판단되며, 여기에서는 개별적인 번역 비평을 하지 않는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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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개별 번역본 중에서 원문에 충실하고 특색이 강한 김재민, 정경석, 천병희, 백종유, 이관우의 번역본을 비평하도록 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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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2. '''개별 번역 비평'''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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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작가는 집필 초기 이 작품에 <다른 이별>(Der andere Abschied)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출판 시에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수정했다. 당대 이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엠마와 프란츠의 외도 이야기로, 교외로 향하는 길에서 미래 계획에 대한 의견이 갈린 뒤 마차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까지를 담고 있다. 후반부는 엠마가 사고 후 고민을 거듭하다가 발각이 두려워 현장을 떠나 귀가한 뒤에도 내적 갈등에 시달리며, 반쯤 꿈속에서 남편에게 사고 사실을 고백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빠르고 극적인 전개와 더불어, 주인공 프란츠와 엠마의 내적 갈등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슈니츨러 문학의 분기점으로 평가되는데, 이전 작품들이 인간의 태도에 대한 전형적 묘사에 치중했다면, 이후 작품들은 심리적 메커니즘의 진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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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개별 번역 비평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첫째, 전반부에서 프란츠의 내면과 후반부에서 엠마의 내면을 보여주는 ‘의식의 흐름’이 번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둘째, 프란츠의 죽음과 함께 엠마에게 일어난 심경 변화가 어떻게 옮겨지는지, 셋째, 귀가한 엠마와 남편의 대화가 어떻게 번역·분석되는지에 주목한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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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1) '''김재민 역의 <死者는 沈默한다>(195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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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김재민은 1959년, 국내 최초로 <死者는 沈默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수문사 현대독일명작단편선에 수록했다.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옮겼으며, 이야기의 논리와 구조, 줄거리가 유려하게 읽히고 작품의 특징도 잘 살아 있다. 세로 판형으로 제본되었고, 어휘와 호칭이 당대의 것이며, <후란쯔>, <엠마> 등 모든 외래어를 꺾쇠 안에 표기한 점은 다소 거리감을 주지만, 오늘날 읽어도 무리 없이 소화될 만큼 가독성이 높다. 특히 주인공들의 생각이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고 고민이 남는 여운 있는 부분, 즉 작가가 “······”로 여섯 개의 점을 찍어 표현한 대목을 그대로 옮긴 점이 눈에 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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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은 번역자마다 해석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엠마는 집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비몽사몽간에 사건을 되새기다가 결국 발설하게 되어 남편에게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원문에서는 이를 “werden”이라는 조동사를 사용해 표현하는데, 이 어휘 해석에서 번역자 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자기가 수년 동안 속여온 이 남편에게 다음 순간 모든 사실을 다 이야기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김재민, 225)처럼 직역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곧장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관우, 132)처럼 역자의 강한 해석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정경석, 백종유 등 다수의 번역자는 전자에 속한다. 이어지는 마지막 문장에서 슈니츨러는 접속법 2식을 사용해 엠마가 말하는 “큰 안도감”의 불확실성과 심리적 불안정성을 강조하며, 말줄임표로 마무리해 이후 사건 전개를 의문 속에 남겨둔다. 김재민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잘 살렸지만, 많은 번역본에서는 마지막 문장을 완결된 형태로 옮겨, 엠마가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문제가 해결되고 안심할 수 있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이제 이 부분에서 몇몇 번역을 비교해 보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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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Und sie weiß, daß sie diesem Manne, den sie durch Jahre betrogen hat, im nächsten Augenblick die ganze Wahrheit sagen wird. | ||
| + | Und während sie mit ihrem Jungen langsam durch die Tür schreitet, immer die Augen ihres Gatten auf sich gerichtet fühlend, kommt eine große Ruhe über sie, als würde vieles wieder gut.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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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녀는 자기가 수년동안 속여온 이 남편에게 다음 순간 <u>모든 사실을 이야기 할 것</u>이란 걸 알았다. 남편의 눈초리가 자기를 향하고 있음을 의식하며, 어린애를 안고 천천히 문을 통해 걸어가는 사이에 <u>그녀에게는 무척 평온한 안도감이 몰려왔다. 많은 일이 다시금 순조로워질 것처럼......</u>(김재민, 225. 이하 모든 밑줄 강조 필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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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자기가 속여온 남편에게 다음 순간 <u>모든 사실을 다 말하게 되리라</u>는 것을 알았다. | ||
| + | 그리고 그녀는, 어린것을 데리고 여전히 남편의 눈총을 받으며 문으로 걸어 나가는 동안 <u>마치 모든 문제가 다시 원만하게 해결될 듯이 무어라고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u>(정경석, 39)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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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속여온 이 남자에게, 다음 순간에 <u>모든 진실을 다 털어놓게 되리라</u>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 ||
| + | 그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걸어 나가는 동안, 남편의 시선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느꼈다. <u>무어라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안식이 비로소 그녀에게 밀려 들어왔다. 마치 수많은 일들이 이제서야 제대로....</u>(백종유, 145)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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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그녀는 몇 년에 걸쳐 속여온 이 남자에게 <u>곧장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u>는 것을 알아차린다. | ||
| + | 남편의 시선이 줄곧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아이를 데리고 천천히 문을 나가 걸어가는 동안 <u>그녀에게는 커다란 평온이 찾아든다. 마치 많은 것들이 다시 좋아질 것 같은...</u>(이관우, 132)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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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9월 8일 (월) 13:01 판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1862-1931)의 노벨레
| 작가 | 아르투어 슈니츨러(Arthur Schnitzler) |
|---|---|
| 초판 발행 | 1897 |
| 장르 | 노벨레 |
작품소개
아르투어 슈니츨러가 1897년 발표한 짧은 노벨레다. 프란츠는 빈의 프라터 근처에서 유부녀인 애인 엠마를 만나 함께 마차를 탄다. 교수인 그녀의 남편은 이날 저녁 직업상의 업무가 있어 두 사람의 밀회가 성사된 것이다. 마차를 타고 가는 동안 프란츠는 엠마에게 남편에게서 달아나든지 이혼을 하라고 종용한다. 그들이 탄 마차가 프라터를 지나 다리 위를 지나갈 때, 술을 마신 것이 분명한 마부가 사고를 내어 마차는 전복되고 프란츠는 목숨을 잃는다. 당황한 엠마는 마부를 사람들에게 보내 도움을 청하게 한다.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이 죽은 애인과 함께 발각되는 것이 두려워 달아난다. 황급히 집으로 돌아온 그녀는 남편이 돌아오기 직전에 집에 도착하는 데 성공한다. 그녀는 다시 자신의 일상으로 돌아왔음에도 다음 날 조간신문에서 사고 기사를 읽는 남편에게 모든 것을 털어놓듯이 ‘죽은 자는 말이 없다’고 중얼거린다. 국내에서는 1959년 김재민에 의해 "死者는 沈默한다"라는 제목으로 처음 번역되었다(수문사).
초판 정보
Schnitzler, Arthur(1897): Die Toten schweigen. In: Cosmopolis 8(22), 193–211.
<단행본 초판> Schnitzler, Arthur(1898): Die Toten schweigen. In: Die Frau des Weisen. Novelletten. Berlin: S. Fischer Verlag.
번역서지 목록
| 번호 | 개별작품제목 | 번역서명 | 총서명 | 원저자명 | 번역자명 | 발행연도 | 출판사 | 작품수록 페이지 | 저본 번역유형 | 작품 번역유형 | 비고 |
|---|---|---|---|---|---|---|---|---|---|---|---|
| 1 | 死者는 沈默한다 | 現代 獨逸名作短篇選 | 아르투르 슈니쯜러 | 金在玟 | 1959 | 修文社 | -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
| 2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未練 | 博英文庫 2-3 | A. 슈니쭐러 | 朴鍾緖 | 1959 | 博英社 | 175-202 | 편역 | 완역 | |
| 3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近代獨逸短篇集 | 世界文學全集 20 | 아르투어 슈니쓸러 | 丘冀星 | 1960 | 乙酉文化社 | 348-363 | 편역 | 완역 | |
| 4 |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 世界短篇文學全集 | 독일편 세계단편문학전집 4 | 아르투어 슈니츨러 | 孫在俊 | 1966 | 啓蒙社 | 81- | 편역 | 완역 | 온라인으로만 열람 가능하나 일부 페이지 유실로 쪽수 확인불가 |
| 5 |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 近代獨逸短篇集 | 世界文學全集 20 | 아르투어 슈니쓸러 | 丘冀星 | 1974 | 乙酉文化社 | 348-363 | 편역 | 완역 | |
| 6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外 | 正音文庫 6 | A. 슈니츨러 | 鄭庚錫 | 1974 | 正音社 | 5-39 | 편역 | 완역 | |
| 7 | 사자는 말이 없다 | 토니오 크뢰거, 현자의 부인, 사자는 말이 없다 | 世界名作시리즈 5 | 슈니츨러 | 김영도 | 1975 | 女學生社 | 167-208 | 편역 | 완역 | |
| 8 | 죽은 者는 말이 없다 | 세계단편문학전집. 15 | 슈니츨러 | 홍경호 | 1975 | 금자당 | 343-376 | 편역 | 완역 | ||
| 9 | 죽은 者는 말이 없다 | 세계단편문학선, 獨·佛 篇. 2 | (三省版)世界文學全集 29 | A. 시니쯜러 | 千丙熙 | 1975 | 三省出版社 | 191-207 | 편역 | 완역 | |
| 10 | 죽은 者는 말이 없다 | 슈니쯜러 短篇集, 릴케 短篇集 | 世界短篇文學全集 30 | 슈니쯜러 | 張南駿 | 1976 | 汎朝社 | 88-121 | 편역 | 완역 | |
| 11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SHORT BOOK 18 | 슈니쯜러 | 朴煥德 | 1977 | 汎朝社 | 88-121 | 편역 | 완역 | |
| 12 | 死者는 말이 없다 | 世界短篇文學選集 2 | 아투르 슈니츨러 | 申洙澈 | 1980 | 啓民出版社 | - | 편역 | 확인불가 | ||
| 13 |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 | 눈먼 제로니모와 그의 兄 | 자이언트문고 90 | 아더 시니츨러 | 洪京鎬 | 1982 | 文公社 | 125-164 | 편역 | 완역 | |
| 1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世界短篇文學全集 7 | A. 쉬니츨러 | 확인불가 | 1983 | 瑞林出版社 | - | 확인불가 | 확인불가 | ||
| 15 | 죽은 者는 말이 없다 | 카프카 篇, 슈니츨러 篇 | World great short stories, (三省堂版)世界短篇文學全集 15 | 아르투어 슈니츨러 | 洪京鎬 | 1984 | 三省堂 | 343-376 | 편역 | 완역 | |
| 16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세계단편문학선)우스운 인간의 꿈 外 | A. 슈니츨러 | 정경석 | 1986 | 정음사 | 182-215 | 편역 | 완역 | ||
| 17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세계의 명단편 | 대표작가대표문학 5 | 슈니쓸러 | 국일문학사 편집부 편 | 1989 | 국일문학사 | 409-431 | 편역 | 완역 | |
| 18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세계 명작 단편 문학선 | 중고등학생 필독 세계 명작선 | 쉬니츨러 | 정도교, 홍경아, 김정연 엮음 | 1993 | 번양사 | 567-588 | 편역 | 완역 | |
| 19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약혼, 붉은 고양이, 금수 외 | Elit practical writing, 우리들의 실전 엘리트 논리·논술 33 | 아투르 슈니츨러 | 논술문학편집위원회 엮음 | 1996 | 범한 | 151-174 | 편역 | 완역 | |
| 20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사랑의 묘약 | 아르투어 슈니츨러 | 백종유 | 1996 | 문예출판사 | 63-100 | 편역 | 완역 | ||
| 21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슈니츨러의)특별한 사랑 이야기 | Bestseller worldbook 36 | 아르투어 슈니츨러 | 김희경 | 1998 | 문화사랑 | 49-87 | 편역 | 완역 | |
| 22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세계 단편소설 걸작선 | Theme book, Love 1 | 아르투어 슈니츨러 | 구광본 외 | 2004 | 행복한책읽기 | 131-165 | 편역 | 완역 | |
| 23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사랑의 묘약 | 아르투어 슈니츨러 | 백종유 | 2004 | 문예출판사 | 87-124 | 편역 | 완역 | ||
| 24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붉은 고양이 외 : 독일 대표단편선 고전주의에서 전후문학까지 | 아르투어 슈니츨러 | 이관우 | 2005 | 우물이 있는 집 | 104-133 | 편역 | 완역 | ||
| 25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감동을 주는) 세계 단편소설 | 슈니츨러 | 김성진 외 | 2009 | 신라출판사 | 563-589 | 편역 | 완역 | ||
| 26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결혼 | 테마명작관 4 | 아르투어 슈니츨러 | 유영미 | 2012 | 에디터 | 223-255 | 편역 | 완역 | |
| 27 | 죽은 자는 말이 없다 | (독일대표단편문학선) 금발의 에크베르트 | 세계단편문학선집 1 | 아르투어 슈니츨러 | 이관우 | 2013 | 써네스트 | 163-187 | 편역 | 완역 |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이 작품은 아르투어 슈니츨러의 초기 단편소설로 1897년에 다국어 문화잡지인 <코스모폴리스> 지에 처음 실렸다. 한국에서는 김재민이 처음으로 1959년에 ‘아르투르 슈니쯜러’의 <死者는 沈默한다>라는 제명으로 번역하여 <현대독일명작단편선>에 수록해 수문사에서 출판하였다. 다음 해에 구기성은 ‘아르투어 슈니쓸러’의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제명을 번역하여 <근대독일단편집>에 넣어 을유문화사에서 출판하였고, 이어 1966년에 손재준이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세계단편문학전집>(계몽사)에 수록하여 출판하였다. 1974년에는 정경석이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표제작으로 하여 슈니츨러의 다른 단편 2편 <제로니이모>, <未練(미련)>을 추가하여 출판하였다. 1975년에는 천병희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를 번역하여 삼성출판사의 <세계단편문학선>에 수록·출판하였고, 1977년에는 박환덕이 같은 작품을 <Short Book> 시리즈로 범조사에서 출판했다. 1996년에는 백종유가 <죽은 자는 말이 없다>라는 제목으로 문예출판사에서, 1998년에는 김희경이 <슈니츨러의 특별한 사랑이야기>)(문화사랑) 안에 삽화를 곁들어 내었다. 2000년대에도 이관우, 유영미 등에 의해 계속 번역이 나왔다. 2021년 이관우가 <어떤 이별 슈니츨러 명작 단편선>에 포함시켜 수정본을 출판할 때까지 모두 10명이 넘는 번역자가 한국어로 번역하였다. 이 작품은 여러 차례 번역되는 가운데에서 제목은 <死者는 沈默한다>, <죽은 사람은 말이 없다>에서 점차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고정되었다. 이 작품은 슈니츨러 문학의 대표적인 주제라 할 수 있는 삶과 죽음, 에로스와 타나토스, 의식과 무의식, 꿈과 현실 등 세기전환기의 양가성을 다루면서도, 극적인 전환과 탄탄한 구성을 갖춘 작품으로 대가다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만큼 여러 차례 번역되었으나, 본격적인 연구논문은 아직 국내에서 발표되지 않았다. 향후 다양한 연구가 뒷받침된다면, 보다 차별화된 개성과 해석이 살아 있는 번역이 나올 것으로 기대된다.
독특한 점은 이 단편이 중·고생 시험과 관련된 단편선집에 여러 차례 수록되었다는 것이다. 1993년 번양사에서 출간된 중고등학생 필독 세계명작선 시리즈의 <세계명작단편문학선>을 시작으로, 1996년 논술문학편집위원회의 <약혼·붉은 고양이·금수 외>, 그리고 일반 독자를 대상으로 한 구광본 외의 <세계 단편소설 걸작선>(2004), 김성진 외의 <(감동을 주는) 세계 단편소설>(2009) 등이 있다. 이들 번역본은 대체로 세계 여러 나라의 유명 단편문학을 10여 편씩 선별해 묶은 형식이며, 원문에서 직접 번역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다른 번역본을 참고한 중역(重譯) 가능성이 높아 신뢰도가 떨어진다. 역자들은 대부분 독문학 전공자가 아니며, 전문 번역가로서의 명성을 인정받은 경우도 거의 없다. 심지어 작가 이름을 ‘아투르 슈니츨러’로 옮기거나 영어식 표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이들 번역본은 읽기 쉽도록 줄거리 위주로 매끄럽게 편집하는 과정에서, 인물 간 대화나 의식의 흐름 등 작가 특유의 문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인물들의 심리적 갈등이나 번민을 드러내는 반복적 표현이나 의도적으로 미완으로 남긴 문장들이 자의적으로 축약·편집되었으며, 특히 당대 오스트리아 빈에 대한 문화적 지식과 이해가 필요한 부분에서는 번역이 빗나간 사례가 적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신뢰하기 어려운 번역본들로 판단되며, 여기에서는 개별적인 번역 비평을 하지 않는다.
개별 번역본 중에서 원문에 충실하고 특색이 강한 김재민, 정경석, 천병희, 백종유, 이관우의 번역본을 비평하도록 한다.
2. 개별 번역 비평
작가는 집필 초기 이 작품에 <다른 이별>(Der andere Abschied)이라는 제목을 붙였으나, 출판 시에는 <죽은 자는 말이 없다>로 수정했다. 당대 이미 “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이 소설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는 엠마와 프란츠의 외도 이야기로, 교외로 향하는 길에서 미래 계획에 대한 의견이 갈린 뒤 마차 사고가 발생하는 장면까지를 담고 있다. 후반부는 엠마가 사고 후 고민을 거듭하다가 발각이 두려워 현장을 떠나 귀가한 뒤에도 내적 갈등에 시달리며, 반쯤 꿈속에서 남편에게 사고 사실을 고백하는 과정을 그린다. 이 작품은 빠르고 극적인 전개와 더불어, 주인공 프란츠와 엠마의 내적 갈등을 의식의 흐름 기법으로 묘사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슈니츨러 문학의 분기점으로 평가되는데, 이전 작품들이 인간의 태도에 대한 전형적 묘사에 치중했다면, 이후 작품들은 심리적 메커니즘의 진단에 초점을 맞추기 때문이다.
개별 번역 비평에서는 다음 세 가지를 중심으로 살펴본다. 첫째, 전반부에서 프란츠의 내면과 후반부에서 엠마의 내면을 보여주는 ‘의식의 흐름’이 번역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 둘째, 프란츠의 죽음과 함께 엠마에게 일어난 심경 변화가 어떻게 옮겨지는지, 셋째, 귀가한 엠마와 남편의 대화가 어떻게 번역·분석되는지에 주목한다.
1) 김재민 역의 <死者는 沈默한다>(1959)
김재민은 1959년, 국내 최초로 <死者는 沈默한다>라는 제목으로 번역하여 수문사 현대독일명작단편선에 수록했다. 전체적으로 원작에 충실하게 옮겼으며, 이야기의 논리와 구조, 줄거리가 유려하게 읽히고 작품의 특징도 잘 살아 있다. 세로 판형으로 제본되었고, 어휘와 호칭이 당대의 것이며, <후란쯔>, <엠마> 등 모든 외래어를 꺾쇠 안에 표기한 점은 다소 거리감을 주지만, 오늘날 읽어도 무리 없이 소화될 만큼 가독성이 높다. 특히 주인공들의 생각이 명확하게 결론나지 않고 고민이 남는 여운 있는 부분, 즉 작가가 “······”로 여섯 개의 점을 찍어 표현한 대목을 그대로 옮긴 점이 눈에 띈다.
무엇보다도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은 번역자마다 해석의 차이가 뚜렷하게 드러나는 흥미로운 대목이다. 엠마는 집에 무사히 도착하지만, 비몽사몽간에 사건을 되새기다가 결국 발설하게 되어 남편에게 진실을 털어놓게 된다. 원문에서는 이를 “werden”이라는 조동사를 사용해 표현하는데, 이 어휘 해석에서 번역자 간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그녀는 자기가 수년 동안 속여온 이 남편에게 다음 순간 모든 사실을 다 이야기할 것이라는 걸 알았다”(김재민, 225)처럼 직역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곧장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이관우, 132)처럼 역자의 강한 해석이 들어간 경우도 있다. 정경석, 백종유 등 다수의 번역자는 전자에 속한다. 이어지는 마지막 문장에서 슈니츨러는 접속법 2식을 사용해 엠마가 말하는 “큰 안도감”의 불확실성과 심리적 불안정성을 강조하며, 말줄임표로 마무리해 이후 사건 전개를 의문 속에 남겨둔다. 김재민은 이러한 불확실성을 잘 살렸지만, 많은 번역본에서는 마지막 문장을 완결된 형태로 옮겨, 엠마가 모든 것을 털어놓으면 문제가 해결되고 안심할 수 있는 듯한 뉘앙스를 준다. 이제 이 부분에서 몇몇 번역을 비교해 보자.
Und sie weiß, daß sie diesem Manne, den sie durch Jahre betrogen hat, im nächsten Augenblick die ganze Wahrheit sagen wird. Und während sie mit ihrem Jungen langsam durch die Tür schreitet, immer die Augen ihres Gatten auf sich gerichtet fühlend, kommt eine große Ruhe über sie, als würde vieles wieder gut. ...
그녀는 자기가 수년동안 속여온 이 남편에게 다음 순간 모든 사실을 이야기 할 것이란 걸 알았다. 남편의 눈초리가 자기를 향하고 있음을 의식하며, 어린애를 안고 천천히 문을 통해 걸어가는 사이에 그녀에게는 무척 평온한 안도감이 몰려왔다. 많은 일이 다시금 순조로워질 것처럼......(김재민, 225. 이하 모든 밑줄 강조 필자)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자기가 속여온 남편에게 다음 순간 모든 사실을 다 말하게 되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녀는, 어린것을 데리고 여전히 남편의 눈총을 받으며 문으로 걸어 나가는 동안 마치 모든 문제가 다시 원만하게 해결될 듯이 무어라고 말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꼈다.(정경석, 39) 그녀는 여러 해 동안 속여온 이 남자에게, 다음 순간에 모든 진실을 다 털어놓게 되리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녀가 어린 아들을 데리고 걸어 나가는 동안, 남편의 시선이 계속해서 자신에게 향해 있음을 느꼈다.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커다란 안식이 비로소 그녀에게 밀려 들어왔다. 마치 수많은 일들이 이제서야 제대로....(백종유, 145) 그녀는 몇 년에 걸쳐 속여온 이 남자에게 곧장 모든 사실을 털어놓아야 한다는 것을 알아차린다. 남편의 시선이 줄곧 자신에게 향하고 있음을 느끼면서 아이를 데리고 천천히 문을 나가 걸어가는 동안 그녀에게는 커다란 평온이 찾아든다. 마치 많은 것들이 다시 좋아질 것 같은...(이관우,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