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로덱 (Grodek)
게오르크 트라클(Georg Trakl, 1887-1914)의 시
| 작가 | 게오르크 트라클(Georg Trakl) |
|---|---|
| 초판 발행 | 1915 |
| 장르 | 시 |
작품소개
게오르크 트라클의 이 시는 표현주의의 전형적인 테마 중 하나인 전쟁을 다룬다. 1914년 9월 그로덱 전투에 위생병으로 참전하여 90여 명의 부상병을 돌보아야 했던 트라클은 이 전장에서 벌어진 아비규환의 참상을 정신적으로 극복하지 못하고 탈영과 자살을 시도한 다음 정신병동으로 후송되었다. 그곳에서 그는 결국 11월 3일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생을 마감했다. 죽기 직전 정신병원에서 쓴 이 작품은 그의 가장 유명한 시 중 하나이다. 그의 정신을 송두리째 뒤흔들었고 그 때문에 그 자신도 결국 소멸할 수밖에 없었던 끔찍한 전장 체험을 극적으로 묘사한 이 작품은 일관된 리듬이나 두드러진 각운도 없고, 행의 길이도 일정하지 않다. 이러한 자유로운 형식은 전장의 혼돈을 반영하는 듯하다. 연의 구분도 없는 1연 17행의 이 작품은 4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째 문장(1-6행)에서 시적 화자는 서정적인 배경(저물어가는 가을 숲, 황금빛 들판, 푸른 호수 등)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전투 상황(치명적인 무기의 소리, 죽어가는 전사, 부서진 입, 거친 탄식 등)을 묘사한다. 청각적 이미지(전장의 소음) 대신 시각적 이미지(붉은색과 검은색)가 도드라진 둘째(7-10행) 문장에선 전투가 끝난 전장의 처참한 광경이 암시된다. 셋째(11-14행) 문장에는 전사자의 영혼을 하데스로 인도하는 누이의 모습이 그려진다. 넷째(15-18행) 문장에선 오늘의 고통과 슬픔이 인간 정신의 자양분이 된다고 서술된다. 마지막 행의 “태어나지 않은 손자들”은 다양한 해석 가능성을 함의한다. 국내에서는 1971년 이동승에 의해 처음 번역되었다(을유문화사).
초판 정보
Trakl, Georg(1915): Grodek. In: Das Brenner-Jahrbuch 5, 14.
번역서지 목록
| 번호 | 개별작품제목 | 번역서명 | 총서명 | 원저자명 | 번역자명 | 발행연도 | 출판사 | 작품수록 페이지 | 저본 번역유형 | 작품 번역유형 | 비고 |
|---|---|---|---|---|---|---|---|---|---|---|---|
| 1 | Grodeck | 20世紀詩選 = An Anthology of twentieth century verse | 世界文學全集 69 | G·트라클 | 李東昇 | 1971 | 乙酉文化社 | 256-256 | 편역 | 완역 | |
| 2 | 그로데크 | 게오르크 트라클 전집 I | 게오르크 트라클 | 김충식 | 1990 | 신아출판사 | 190-190 | 편역 | 완역 | ||
| 3 | 그로덱 | 새롭게 읽는 독일 현대시 | 게오르크 트라클 | 박설호 | 2007 | 한신대학교출판부 | 421-421 | 편역 | 완역 | ||
| 4 | 그로데크 | 독일시선집 | 게오르크 트라클 | 최연숙 | 2013 | 신아사 | 338-339 | 편역,대역 | 완역 | ||
| 5 | 그로덱 | 꿈속의 제바스치안: 게오르크 트라클 시선집 | 게오르크 트라클 | 신철식 | 2014 | 울력 | 124 | 편역;대역본 | 완역 | ||
| 6 | 그로덱 | 독일시집 | 게오르크 트라클 | 김정환 | 2019 | 자음과모음 | 59-60 | 편역 | 완역 | ||
| 7 | 그로데크 | 몽상과 착란 | 읻다 시인선 9 | 게오르크 트라클 | 박술 | 2020 | 읻다 | 219-220 | 편역 | 완역 | |
| 8 | 그로덱 | 푸른 순간, 검은 예감 | 세계시인선 46 | 게오르크 트라클 | 김재혁 | 2020 | hks | 186-187 | 편역;대역본 | 완역 | |
| 9 | 그로덱 전투 | 떠나간 자의 노래 : 게오르크 트라클 시선집 | 세계문학시리즈 7 | 게오르크 트라클 | 이정순 | 2021 | 종문화사 | 261 | 편역 | 완역 | |
| 10 | 그로덱 | 모든 이별에 앞서가라 : 독일 대표시선 | 창비세계문학 91 | 게오르크 트라클 | 임홍배 | 2023 | 창비 | 285 | 편역 | 완역 |
번역비평
1. 번역 현황 및 개관
게오르크 트라클의 시 <그로덱>(Grodek)은 1971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20世紀 詩選>에 이동승이 번역하여 실은 것이 국내 초역이다. 이후 1990년 신충식(<게오르크 트라클 전집 I (시집)>), 2007년에는 박설호가(<새롭게 읽는 독일 현대시>) 번역하였다. 2013년엔 최연숙(<독일시선집>), 2014년엔 신철식(<꿈속의 제바스치안. 게오르크 트라클 시선집>), 2019년엔 김정환(<독일시집>), 2020년엔 박술(<몽상과 착란>), 2020년엔 김재혁(< 푸른 순간, 검은 예감>), 2021년엔 이정순(<떠나간 자의 노래. 게오르크 트라클 시선집>), 그리고 2023년엔 임홍배(<모든 이별에 앞서가라. 독일대표시선>) 등이 번역하였다. 2013년을 기준으로 이 작품 및 트라클의 시 작품의 번역 빈도가 증가한 것은 2014년이 1차 세계대전 발발 100주년이 되는 해이자 트라클이 사망한 지 100주년 되는 해였던 것과 무관하지 않은 듯하다.
트라클은 1914년 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갈리치아 지방의 그로덱(오늘날 우크라이나의 호로독 Horodok)에서 전투(1919년 9월 8일 – 11일)가 벌어졌을 때 의무대 소속의 약사 장교로 참전했다. 이 전투는 오스트리아-헝가리군의 대참패로 끝났다. 트라클은 마을 헛간에서 이틀 동안 90여 명의 부상병을 돌보아야 했다. 그러나 군의관도 약품도 없는 상황에서 그는 고통으로 신음하거나 절규하는 부상병들을 곁에서 망연자실 지켜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고통을 이기지 못한 어떤 병사가 권총으로 머리를 겨누어 방아쇠를 당긴 일도 있었고, 헛간 앞의 나무에는 간첩으로 의심받은 지역민들의 시체가 나무에 매달려 있었다. 이러한 아비규환의 아수라장은 그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로 각인되었다. 몇 주가 지난 다음에도 그는 고통을 끝내달라는 부상병들의 호소와 신음이 들려 괴로워했다. 후퇴하는 도중 트라클은 권총으로 자살 시도를 했지만 동료들의 제지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10월 8일 정신 상태를 감정받기 위해 그는 크라쿠프 야전 병원의 정신과 병동으로 후송되었다. 입원 중이던 10월 27일 그는 <브레너 Brenner>지의 편집장이자 후원자인 루트비히 폰 피커 Ludwig von Ficker에게 <그로덱>과 <탄식 II>(Klage)이 수록된 생전 마지막 편지를 보냈다. 며칠 후인 11월 3일 그는 27세의 나이로 사망했다. 사인은 코카인 과다복용으로 인한 심장마비였다. <그로덱>은 그의 사후 1915년 <브레너 연감 Brenner-Jahrbuch>에 발표되었다. 마지막 작품이 된 이 시는 그의 가장 유명한 시가 되었다.
2. 개별 번역 비평
트라클의 마지막 작품인 <그로덱>과 <탄식 II>은 정신병원 입원 중에 창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그로덱>에는 밤, 가을, 죽음 등의 모티프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트라클 시의 전형적인 특징 중의 하나라고 할 만큼 그의 많은 시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모티프이다. 이러한 모티프들은 <그로덱>을 이전의 작품들의 연장선상에서 고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체험 공간인 ‘그로덱’이라는 장소성을 고려한다면 이전 작품과 구분되는 특질이기도 하다. 역사적 시간과 장소를 제목으로 삼은 <그로덱>이 꿈의 내용을 창작의 계기로 삼았든 또는 코카인 환각 상태에서 창작된 작품이든 간에, 이 작품은 직접 참여했던 그로덱 전투의 트라우마적 체험이 작가적 상상력으로 가공되었다는 사실은 부인될 수 없을 것이다.
형식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이 작품은 각운도 연의 구분도 없고, 행의 길이도 자유로운 자유리듬 freier Rhythmus 형식이며, 전체 4개의 문장, 17행으로 구성되어 있다. 10편의 번역시 중 김충식, 박설호, 김정환, 박술의 번역은 원문의 문장 개수를 충실히 따르고자 했다. 처음의 3개의 문장은 세미콜론으로 구분되어 있어 하나의 문장을 전과 후로 구분하는 역할을 한다. 앙장브망으로 하나의 시행이 다음 시행과 연결되면서도 동시에 시행의 중간에 쉼표가 자주 등장하여 단절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나의 시행 속에 등장하는 쉼표, 세미콜론, 느낌표 등의 문장부호는 그 전과 후를 역접으로(2, 4, 9, 13행) 또는 순접으로(3, 5, 8, 15행) 연결하기도 한다. 한편 문장부호를 통한 단절은 소리를 통해 연결되기도 한다. 가령 ö 반복(1, 2, 8, 14행)이나 ü 반복(3, 4, 6, 9, 10, 13행)을 통한 소리의 연상을 들 수 있다. 통사론적으로 보아 4개의 문장은 모두 논리적 규칙을 벗어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의미론적으로 모호함과 다의성을 생성하여 합리적이고 일관된 해석을 거부한다. 시를 읽어보면 색채나 문장 구조 등 여러 요소로 인한 대조 효과와 의미론적 모호성이 두드러진다.
개별 번역 위주로 검토하게 되면 중복되는 부분도 많고 지면도 많이 차지하게 될 터이니 다음에서는 각 문장별로 번역시를 살펴보기로 한다. 4개의 문장은 구문상 자체 완결성을 지니며 의미적 단위를 이룬다.
Am Abend tönen die herbstlichen Wälder Von tödlichen Waffen, die goldnen Ebenen Und blauen Seen, darüber die Sonne Düstrer hinrollt; umfängt die Nacht Sterbende Krieger, die wilde Klage Ihrer zerbrochenen Münder.(Grodek, V. 1-6)
저녁에 가을 숲이 소리 낸다 살상 무기들의 소리, 황금빛 평야와 푸른 호수들, 그 위로 태양이 더 음울하게 굴러간다. 밤은 포옹한다 죽어가는 전사들을, 그들의 부서진 입들의 거친 탄식 소리를.(신철식, 1-6행)
1행은 시의 시간적 배경(가을의 어느 저녁 무렵)과 공간적 배경(숲)이 드러난다. ‘저녁’과 ‘가을’은 트라클의 다른 작품에서도 자주 반복적으로 사용되는 어휘이며, 자연의 순환 과정에서 끝이 임박했음을 알려주는 동시에 종말의 상황이 다가오고 있음을 암시한다. 2행에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 숲에서 전장의 소리가 들리고, 쉼표 이후 제시된 황금빛 넘실대는 들판은 행의 전반부에 표현된 전장의 총성이나 포성과 대조를 이룬다. 앙장브망으로 이어지는 3행의 푸른 호수와 하늘의 태양은 2행의 황금 들판이 주는 아름다운 자연 풍경의 확장을 보여준다. “tönen”(1행)의 주어가 숲으로 한정되면 이후의 대조 관계가 더 부각된다. 숲에선 전투의 소음이 울리지만, 전장 밖의 들판과 호수는 익은 곡식이 황금빛으로 일렁이고 새파란 호숫물은 무심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물론 ‘평야와 호수’는 ‘가을 숲’과 더불어“tönen”과 호응을 이루는 주어로 볼 수도 있다. 이렇게 본다면 숲과 들판과 호수 모두 전장이 된다.
계속되는 앙장브망으로 이어진 4행의 전반부에서는 분위기의 반전이 암시된다. 공중에서 들판과 호수를 지나 서쪽 하늘가를 향하는 태양은 밝고 환하게 비치는 것이 아니라 ‘꽤나 음울하며 düstrer’, 색채 상징을 적용하자면 검은 색에 가깝다. 검은 태양은 묵시론적 종말을 상징하는 듯하다. 관찰자가 태양을 찬란한 것이 아니라 우중충하고 빛바랜 느낌으로 받아들인 까닭은 이미 2행에서 드러난 전투의 소음에서 짐작할 수 있으나, 4행의 중앙에 있는 세미콜론 이후 묘사된 상황의 전조를 나타내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또한 태양이 공중에서 황금빛으로 일렁이는 들판과 푸른 호수를 지나 서쪽 하늘 아래로 사라지는 과정을 ‘굴러간다 hinrollt’고 표현하고 있다. 거대한 물체가 뒤뚱거리며 굴러간다면 우레 같은 굉음이 울릴 것이고 그 형태와 음향은 공포스럽게 다가올 것이다.
밤은 죽어가는 병사와 짓뭉개진 입에서 흘러나오는 탄식을 보듬는다(4행 중반부 - 6행). 동사 ‘포옹하다’가 ‘전사들’과 ‘탄식 소리’를 목적어로 취한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동사가 ‘전사들’만을 목적어로 취하면서 일단 부분 문장이 끝나고, 그다음의 ‘탄식’은 술어가 생략된 주어로 읽을 수도 있다. 즉, 병사의 입에서 ‘흘러나오다’ 또는 ‘새어 나오다’라는 술어가 생략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신철식의 번역은 대조의 효과를 살리기 위해 원문의 어순과 행의 구조를 최대한 살려 번역했음을 알 수 있다. 하지만 4행의 세미콜론이 마침표로 치환됨으로써 1-6행이 하나의 의미 단위를 이룰 수 있다는 가정은 약화된다.
이동승의 국한문 혼용체 번역은 이 부분을 임의로 7행으로 번역했다. 김충식의 번역은 세미콜론까지 살리면서 원문의 형식을 충실히 반영하려 노력한 점을 엿볼 수 있다. 박설호의 2-3행 번역(“(...) 황금의 평원들 / 호수는 푸른빛을 보여주고”)에는 원문에 없는 “보여주고”를 넣어 평원과 호수의 균형이 어그러지는 느낌을 준다. 충실한 내용 전달에 중점을 둔 것으로 보이는 최연숙의 번역은 원문의 6행을 임의로이 5행으로 옮겨서 원문의 대조 효과가 감소된다.
김정환은 특이하게 원시의 문장 구조와 문장부호를 모두 살리는 번역을 선택하고 있다. “저녁에 낸다 가을 숲이 / 죽음의 무기 소리를, 황금의 평원과 / 파란 호수들, 그 너머로 태양이 / 음산히 굴러가버리고; 감싸 안는다 밤이 / 죽어가는 전사들을, 사나운 탄식, / 그들 짓이겨진 입의 그것을.”(이하 모든 밑줄 강조 필자) 이렇게 번역함으로써 독일어 문장 구조에 익숙한 독자에겐 원문의 느낌이 더 온전하게 전달될 수도 있겠으나, 일반 독자에겐 번역체 느낌이 강하게 남아 생경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또한 원시에는 없는 “그것”이란 지시대명사를 자주 사용한 점(이후 3회 더 사용됨)도 두드러진다.
박술의 번역도 원시의 문장 구조를 충실히 따르는 듯이 보이지만, 원시의 4-6행을 번역시에서는 4-5행(“컴컴한 태양; 밤이 죽어가는 전사들을 휘감으면, 그들의 / 망가진 입에서 터져 나오는 거친 탄식.”)으로 축약하고 있다. 또한 “Düstrer”를 “컴컴한”으로 옮겨 색채를 강조하고 있고, 평서문을 인과관계를 나타내는 조건문(“휘감으면”)으로 해석하여 번역하고 있다.
김재혁의 번역은 원문의 문장 구조를 충분히 고려하면서도 한국어 문장을 매끄럽게 표현하려 노력한 점이 돋보인다. 이정순의 번역은 “tönen”의 주어를 숲과 평야와 호수로 간주함으로써 눈에 보이는 모든 곳이 전장이라고 폭넓게 해석한다. 임홍배의 번역 역시 원시의 문장 구조를 반영하려고 애쓴 흔적이 보이며, 특히 원문 1-2행에 해당하는 문장을 명사형으로 번역함으로써 (“가을 숲들이 살인 무기들로 / 울리는 저녁, 황금빛 평원과 / 푸른 호수들, (...)) 이후의 술어가 생략된 주어들과 함께 원시가 주는 함축적인 느낌을 살리려 애쓴 점이 돋보인다.
Doch stille sammelt im Weidengrund Rotes Gewölk, darin ein zürnender Gott wohnt Das vergossne Blut sich, mondne Kühle; Alle Straßen münden in schwarze Verwesung.(Grodek, V. 7-10)
그러나 목초지에는 진노한 신이 사는 붉은 구름이, 내뿜은 피가 조용히 모인다, 서늘한 달빛. 모든 도로는 검은 부패로 흘러든다.(임홍배, 7-10행)
첫 문장이 전장의 소음을 통해 전투와 그 직후의 상황을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대비하여 묘사하고 있다면, 둘째 문장은 정적에 휩싸인 밤을 배경으로 전투가 끝난 전장의 풍경을 그리고 있다. 통사론적으로 볼 때, 둘째 문장도 일반적인 문법 경계를 넘나든다. 7행의 “sammelt”를 재귀동사로 간주한다면, 재귀대명사는 9행에 위치한다. 따라서 재귀동사의 주어는 “Das vergossne Blut”로 볼 수 있으나, 그렇다면 “Rötes Gewölk”와 “mondne Kühle”의 처리가 문제된다. 석양의 구름과 피는 붉은색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나 달빛의 서늘함은 그렇지 못하다. 주어가 나열된 것이라면 동사가 단수형이 아니라 복수형이 되어야 할 것이다. 8행을 삽입 문장으로 간주한다면 7행과 9행은 자연스럽게 연결되며, 8행의 붉은 구름과 9행의 피는 색상의 유사성과 더불어 의미의 유사성도 지니게 된다. “mondne Kühle”는 서술어가 생략된 주어로서 쉼표와 세미콜론으로 구분되어 부분 문장 끝에 위치한다. 이런 구문 구조에서 허공 위에서 지상의 참혹한 사건과 거리를 두며 무심히 서늘하게 내려다보는 달의 모습이 구문론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또한 ‘달’의 형용사 형태로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부드럽고 매끄러운 소릿값을 가진 ‘lunar’가 아니라 거칠고 투박한 소릿값을 가진 “mondne[몬트네]”라는 신조어가 사용되어 달빛의 차가움이 강조되고 있다. 임홍배와 박술의 번역은 이처럼 구름과 피를 동격으로 처리하고 달을 술어가 생략된 또 다른 주어로 번역하고 있으나, 다른 번역들은 대부분 세 개의 명사를 동격으로 처리하거나(최연숙, 신철식, 김정환, 이정순), 피와 달빛을 나열하거나(이동승), 또는 구름을 주어로 피를 “sammelt”의 목적어로 옮기고 있다.
첫째 문장이 아름다운 자연과 대비되는 전장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다면, 둘째 문장은 전투가 끝난 전장의 모습을 대유법으로 그리고 있다. “Weidengrund”(7행)는 버드나무가 있는 곳으로 읽는 편이 타당하다. 대부분의 번역은 풀밭이란 뜻의 “牧羊地”(이동승), “초지”(김충식, 신철식), “목초지”(김정환, 이정순, 임홍배), “초원”(박술, 김재혁) 등으로 번역하고 있다. 그러나 박설호는 “버드나무 위에”, 그리고 최연숙은 “버드나무 무성한 땅에”로 번역하고 있다. 버드나무, 그중에서도 수양버들 Trauerweide는 예로부터 비애나 추도를 상징하는 나무로 알려져 왔다(구약성경의 시편 137장 참조). 첫 문장에 등장한 숲속의 전장, 지형이 낮은 곳 어딘가에 버드나무들이 있고, 그곳으로 죽은 또는 죽어가는 병사들의 몸에서 흘러나온 피가 고이고 있다. “vergossen”의 부정형 vergießen은 ‘잘못 붓다, 쏟다, 엎지르다’라는 의미이다. 따라서 병사의 몸에서 흐르는 피는 원인이 무엇이든 이곳 전장에서 흐르지 말아야 할 피가 흐르고 있으니 바람직하지 않다는 뉘앙스가 있으나 이를 살려 번역하기가 쉽지 않다. 고인 핏물을 의미하는 “붉은 구름덩이”(8행) 속에는 “분노한 신”이 살고 있다. 전쟁과 연관된 ‘분노한 신’의 이미지에서 그리스•로마 신화의 아레스(마르스)가 쉽게 연상된다. 모든 길이 검은 부패로 이어진다는 세미콜론 다음의 10행은 불가항력적인 염세적 운명론을 암시하는 듯하다. 이 이미지는 세기말부터 표현주의자들까지 자주 사용되었던 서구의 몰락이란 이미지와도 일맥상통한다. ‘거리’(김충식, 박설호, 신철식, 김정환)나 ‘도로’(김재혁, 임홍배)는 행인의 왕래가 많은 비교적 넓은 길을 의미하기 때문에, 비유적인 의미로도 자주 사용되고 의미가 더 포괄적인 ‘길’(이동승, 최연숙, 박술, 이정순)로 옮기는 편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Unter goldnem Gezweig der Nacht und Sternen Es schwankt der Schwester Schatten durch den schweigenden Hain, Zu grüßen die Geister der Helden, die blutenden Häupter; Und leise tönen im Rohr die dunkeln Flöten des Herbstes.(Grodek, V. 11-14)
밤의 황금빛 가지와 별들 아래서 누이의 그림자는 침묵하는 숲 사이로 비틀댄다, 영웅들의 혼령을, 피흘리는 머리를 맞이하려고. 갈대 속으로 가을의 어두운 피리 소리 나직이 흐르고.(김재혁, 11-14행)
셋째 문장에서는 전투가 끝난 현실의 전장이 신화의 세계로 확장된다. 이 문장도 통사론적으로나 의미론적으로 다양한 시각에서 읽을 수 있다. 도치가 되어야 할 12행은 정치로 표현되고 있고, “Gezweig”를 수식하면서 등위접속사 “그리고 und”로 연결된 밤과 별들은 동일 범주에 속하는 어휘가 아니다. 따라서 ‘밤과 별(들)의 황금(빛) 가지’인지 ‘밤의 황금가지와 별(들)’인지 모호하다. 전자로 읽은 번역으로는 이동승, 김충식, 박설호, 최연숙, 신철식, 김정환, 이정순 등이며, 후자를 따른 번역으로는 김재혁이 있고, 기타 “황금의 가지 아래, 별들의 밤 아래”(박술), “밤의 황금가지 별들 아래”(임홍배) 등으로 다르게 읽어 번역한 경우도 있다.
이 구절을 “밤의 황금가지”로 읽을 때는 9행 후반부의 “달빛 서늘함”과 연관지어 생각할 수도 있다. 총성이 멎은 밤의 숲을 서늘하고 휘황하게 내리비치는 달빛에 나뭇가지들이 반사되어 빛나는 사실적인 광경을 “밤의 황금 가지”라고 표현했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구절을 “별의 황금가지”로 읽을 경우엔 총총히 떠 있는 밤하늘의 별들이 별자리를 이루고 있고 별과 별 사이의 가상의 선이 황금가지로 표현됨으로써 태고적 신화시대를 연상시킨다.
12행의 “Schwester”는 사건의 현장이 전장임을 감안한다면 부상병을 돌보는 ‘간호사 Krankenschwester’(이동승), 즉 의무병일 수 있다. 다른 한편 트라클의 다른 시에도 가끔 등장하는 친누이 그레테의 이미지가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다른 모든 번역). 12행의 ‘schwanken’은 ‘흔들리다 또는 비틀거리며 가다’라는 의미이다. 12-13행에서 전투가 끝난 직후(“침묵하는 숲”) 군의관도 없이 홀로 부상당한 또는 죽어가는 병사들을 돌보며 전사자를 처리하느라 숲속에서 정신없이 비틀대며 뛰어다니는 의무병의 모습은 트라클 자신의 전장 체험이 어느 정도 반영된 듯이 보인다. 동시에 이 이미지는 “그림자 Schatten”, “신성한 숲 Hain”, “영웅들의 넋 Geister der Helden”, “청동 제단 eherne Altäre” 등의 어휘를 통해 신화의 세계로 확장된다.
‘Hain’은 예로부터 신성한 나무가 있는 숲이나 종교적 숭배 의식이 거행된 작은 숲, 즉 일종의 성역을 의미한다. 그리스 시대부터 신전 주변에 나무를 심어 작은 숲(Hain)을 조성했다. 구약성서의 창세기에는 마므레 상수리 숲에 거주하며 거기에 여호와를 위한 제단을 쌓았다는 구절(창세기 13:18)이 등장한다. “마므레 상수리 수풀에”(개역한글, 창세기 13:18)에 해당되는 루터 성경 구절은 “im Hain Mamre”이다. ‘Hain’을 최연숙과 이정순은 ‘나무가 무성한 뜰이나 정원’이란 의미의 ‘임원(林苑)’으로, 나머지 번역들은 ‘숲’, 또는 ‘작은 숲’, 혹은 ‘나무숲’ 등으로 옮기고 있으나 독일어의 의미를 충분히 담아내지는 못하고 있다. 이를 ‘거룩한 숲’ 또는 ‘신성한 숲’으로 옮긴다면 원문의 의미를 조금 더 담아낼 수 있을 것이고, 다음 문장의 ‘제단’과도 연결될 수 있을 것이다.
12행에서 주어는 ‘누이’가 아니라 육체에 제한된 인간의 범주를 넘어서는 누이의 ‘그림자’이다. 누이의 그림자가 “영웅들의 영혼 Geister der Helden”을 맞이하는 장면은 북유럽신화의 발퀴레를 연상시킨다. 신화에서 발퀴레는 전장에서 죽은 용맹한 전사의 영혼을 오딘의 성인 발할라로 데려가는 역할을 한다. 세미콜론 앞부분이 신화의 세계로 확장된 현실 세계를 그리고 있다면, 세미콜론 다음은 신화화된 현실의 주변에 현실의 현재가 여전히 작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14행은 자연 풍경으로 볼 수도 있지만, 또한 지속되는 전쟁을 비유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14행의 “Rohr”에는 갈대라는 의미도 있지만 속이 빈 물건, 즉 총신이나 포신을 가리키기도 한다. ‘포신’으로 옮긴 경우는 박설호의 번역이 유일하고 나머지는 대개 ‘갈대(밭)’로 옮기고 있다. 특이하게도 이정순은 ‘백골 대롱’으로 해석하고 있다. 가을의 어두운 피리 소리가 갈대밭에서 “나직이 leise” 울린다는 것은 지금 이 숲에선 일단 전투가 끝났지만 거리를 둔 인근 지역에서는 전투가 여전히 벌어지고 있고 그 총성과 포성이 지금 여기까지 들리고 있다고 읽을 수도 있겠다.
O stolzere Trauer! ihr ehernen Altäre Die heiße Flamme des Geistes nährt heute ein gewaltiger Schmerz, Die ungebornen Enkel.(Grodek, V.15-17)
오 더 자랑스러운 슬픔! 너희 이전의 제단들이여 혼령의 뜨거운 불꽃을 오늘 어느 위대한 고통이 양육한다, 태어나지 않은 손자들.(김충식, 15-17행)
마지막 문장은 전쟁이 가져온 결과가 현재와 미래에 끼칠 광범위한 결과를 그리고 있다. 이 문장에서 해석의 관건은 17행의 명사구의 해석과 이것이 다른 문장 성분들과 맺는 관계이다. 16행이 주어와 서술어를 갖춘 온전한 문장 역할을 하고 있으니, 15행의 두 개의 명사구와 17행의 명사구는 강한 감정을 드러내는 감탄사나 호격으로 간주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감정의 과잉을 의미하는 중첩된 감탄사는 병사들의 죽음에 영광을 부여하는 듯하지만, 실상 이것은 무의미한 죽음을 은폐하는 아이러니나 역설일 수 있다.
15행의 전반부에서 시적 주체는 전장에서 죽은 병사들에게 격한 애도를 보낸다. 하지만 슬픔이나 애도를 뜻하는 ‘Trauer’ 앞에 ‘자랑스런 stolz’이란 형용사를 그것도 절대 비교급 형태로 부가함으로써 아이러니한 또는 역설적인 효과를 야기한다. 무엇에 대한 자랑스러움인가? 앞에서 전몰 병사의 처참한 모습과 이들에 대한 슬픔과 안타까움이 표현되고 있지만, 어디에도 이들의 죽음이 조국이나 대의를 위한 죽음이라고 명시적으로나 암시적으로 표현되고 있지 않다. 비교급 형용사를 통해 오히려 허무한 죽음이 부각될 뿐이다. 이동승, 최연숙, 박술, 김재혁, 임홍배는 원급으로, 김충식, 박설호, 신철식, 김정환, 이정순은 비교급으로 옮기고 있다.
15행 후반부의 “ihr ehernen Altäre”는 대부분의 번역에서 호격(“... 제단(들)이여”)으로 옮기고 있는데, 이렇게 하면 다음 행의 내용과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만 이동승과 박설호는 조사 없이 “... 청동의 제단”으로 번역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앞에서 수식하고 있는 인칭대명사 ‘너희(들)’로 인해 호격으로 읽힌다.
번역상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단어로 “ehern”(15행)이 있다. ehern은 ‘청동의, 쇠(강철)의, 금속의’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으나 주로 ‘청동의’라는 의미로 사용된다(예: 청동기 시대 das eherne Zeitalter). 비유적으로는 ‘변치 않는, 굳건한’이란 뜻으로도 자주 사용된다. 대부분의 번역시들은 ‘청동의’라고 옮기고 있으나, “이전의”(김충식) 또는 “강철의”(박술)라고 옮긴 번역도 있다. “이전의”라는 해석은 이 형용사의 어간을 “eher”로 오인한 것으로 보이며, “강철의”라는 해석은 비유적인 의미에, 즉 제단의 영원불변함에 강조점을 둔 것으로 보인다.
15행 후반부의 ‘청동의 제단들’은 ‘침묵하는 신성한 숲’(12행)에 마련된 제단일 것이다. 구약성서에 등장하는 청동 제단은 번제, 속죄제, 속건제 등 희생 제사에 사용되는 제단이다(창세기 13장 18절, 출애굽기 27장, 레위기 1-5장 등). 번제 의식은 유대교뿐만 아니라 그 이전에도 고대 그리스 등 고대 세계의 다양한 문화권과 종교에서 행해졌다. 제사장은 희생제물의 피를 제단 바닥에 뿌리고 가죽을 벗긴 제물을 제단 위에서 태웠다.
숲은 전장을 의미하고, 제단이 복수형으로 표기되었으니 수많은 전장이 있음을 암시한다. 전장에서 피 흘리며 죽어간 병사들은 제단에 바친 희생제물 역할을 한다. 희생제물은 인간의 죄를 대속하는 의미가 있기에 희생제를 지낸 사람은 정화된다(히브리서 9:14). 그러나 현실은 신화와 다르다. 독자가 이 시를 읽은 현재에도(16행의 “오늘”) “엄청난 고통”은 “영혼의 뜨거운 불꽃”(16행)을 위한 연료가 된다. 이 슬픔과 고통은 시간의 흐름을 초월하여 지속된다. 결국 대속을 위한 희생제물은 살아남은 자에게 정화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 치유될 수 없는 고통만을 초래할 뿐이다. 대를 이어온 이러한 고통은 너무나도 엄청나서(16행) 그 영향력이 미래에까지 미친다.
“ungeboren”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또는 ‘태어나지 못한’이란 뜻이다. 대개의 한국어 번역은 “태어나지 않은”을 선호하고 있으나, “태어나지 않는”(최연숙) 또는 “태어나지 못한”(박술, 이정순)으로 해석한 경우도 있다. ‘않은’은 동사와 함께 과거를 나타내고 ‘않는’은 동사와 함께 사용되어 현재를 나타낸다. ‘손주’는 자식의 자식이다. 전장에서 죽은 병사에게 자식이 존재할 수 없다. 따라서 ‘태어나지 않은 손주들’이란 구절에는 미래가 소멸되는 절망적인 아포칼립스에 대한 탄식, 인류에게 대물림되는 엄청난 고통에 대한 탄식이 내포되어 있다. 17행의 ‘태어나지 않은 손주들’을 주어로 해석한 경우나(이동승, 최연숙. 김정환), 목적어로 해석한 경우엔(이정순) 원문의 의미가 다르게 전달될 여지가 있다.
3. 평가와 전망
게오르크 트라클의 마지막 시 <그로덱>은 중의적인 구문과 다양한 이미지의 등장으로 인해 다의적으로 읽힐 수 있는 작품이다. 이런 시를 완벽하게 번역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역자마다 원문이 가진 의미를 한국어로 최대한 충실하게 담아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노력했음을 알 수 있었다.
우선 형식적인 측면을 보자면, 원시의 형식을 한국어 번역에서 구현하려 노력한 번역도 있었고, 나아가 문장부호까지 충실히 반영하려고 시도한 번역도 있었다. 심지어 독일어 시의 어순까지도 반영한 시도도 있었다. 한국어 번역은 한국어로 독서를 하는 독자를 전제로 한다. 번역시에서 한국어 문장에서 일반적으로 자주 사용되지 않는 콜론이나 세미콜론을 사용된 경우, 그리고 독일시에서 사용된 문장의 어순이 그대로 번역된 경우 한국 독자들은 이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자못 궁금하다.
내용적인 측면에서 보자면, 대개의 번역시는 한국어 가독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러나 각주를 달아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했지만 각주의 내용이 객관적이지 못한 경우도 있었고, 가독성을 위해 원시의 구문 구조를 어느 정도 희생한 경우도 있었다.
다의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어휘나 구절을 번역할 때 번역자가 원문에 내포된 양가성이나 모호성을 다각도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양가성보다 가독성을 더 중시해서 이런 어휘나 구절을 논리적으로 명확하고 인과적으로 선명하게 옮길 경우엔 상실되는 부분이 생긴다. 가령 ‘Rohr’를 ‘갈대’가 아니라 ‘포신’으로 옮긴다면, ‘Rohr’에 내포된 자연 연관성이 상실되며, ‘Schwester’를 ‘누이’가 아니라 의무병을 의미하는 ‘간호원’으로 옮긴다면 전장의 상황을 부각시키는 효과는 있겠으나 초현실적인 신화적 연관성을 놓치게 된다. 함축적인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시 작품을 번역할 경우, 번역자는 무엇보다도 원시에 내포된 다의성에 대해 다각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그래야 더 적확한 번역어를 취사선택할 수 있고 원시의 의미를 보다 충실히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4. 개별 비평된 번역 목록
이동승(1971): Grodek. 乙酉文化社.
김충식(1990): 그로데크. 신아출판사.
박설호(2007): 그로덱. 한신대학교 출판부.
최연숙(2013): 그로데크. 신아사.
신철식(2014): 그로덱. 울력.
김정환(2019): 그로덱. 자음과모음.
박술(2020): 그로데크. 읻다.
김재혁(2020): 그로덱. 민음사.
이정순(2021): 그로덱 전투. 종문화사.
임홍배(2023): 그로덱. 창비.
5. 참고 문헌
Trakl, Georg(1984): Grodek. In: Georg Trakl. Werke, Entwürfe, Briefe. Hrsg. von Hans-Georg Kemper und Frank Rainer Max. Stuttgart: Reclam (Diese Ausgabe beruht auf der historisch-kritischen Ausgabe von Killy/Szklenar), 112.
성경(1961). 개역한글. 대한성서공회.
Lutherbibel 1545.
(https://www.biblegateway.com/versions/Luther-Bibel-1545-LUTH1545/#booklist )
- 각주